13 5월 2026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의 지각변동: 중국의 반값 할인부터 캐나다 복제약 폭격까지, 한국의 셈법은

전 세계적으로 콧대 높던 비만 치료제들의 가격이 도미노처럼 무너지고 있다. 비만약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가 미국, 인도 등 주요 거점에 이어 거대 시장인 중국에서도 파격적인 가격 인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최근 외신과 현지 규제 당국에 따르면 두 회사는 2026년 들어 중국 내 공급가를 앞다투어 깎아내리며 사실상 출혈 경쟁에 돌입했다. 위고비는 중국 진출 1년 남짓 만에 기존 1894위안(약 39만원)에서 988위안(약 20만원)으로 거의 반 토막이 났고, 마운자로의 타격전은 한술 더 뜬다. 이달 1일부터 중국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 메이퇀 등에서 마운자로 10mg 제형은 2180위안에서 450위안(약 9만원)으로 무려 80% 폭락한 채 유통되고 있다. 다가오는 2030년까지 인구의 65% 이상이 과체중일 것으로 추산되는 14억 중국 시장의 주도권을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의 공격적인 셈법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러한 파격적인 가격 정책의 이면에는 단순히 시장 파이 키우기를 넘어선 절박한 위기감이 자리 잡고 있다. 바로 특허 만료와 그에 따른 복제약(제네릭)의 맹렬한 추격이다. 실제로 중국 내 위고비 특허는 지난 3월을 기점으로 만료되었고, 이에 발맞춰 이노벤트 바이오로직스의 신약 ‘마즈두타이드’를 필두로 최소 10종 이상의 세마글루티드 계열 복제약들이 줄줄이 규제 당국의 허가를 기다리며 시장 진입을 벼르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 측이 이번 조치를 두고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을 언급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쏟아지는 자국산 제네릭 공세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진입 장벽을 높인 성격이 짙다.

이러한 제네릭의 위협은 비단 중국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다국적 제약사 닥터레디스(Dr. Reddy’s)는 이달 내로 캐나다 시장에 오젬픽(위고비와 동일 성분)의 복제약을 전격 출시한다고 공식화했다. 핵심 특허 만료 이후 캐나다 시장에 발생한 공백을 가장 먼저 선점하여 저렴한 GLP-1 계열 약물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겠다는 심산이다. 에레즈 이스라엘 닥터레디스 최고경영자가 최근 구체적인 액수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시장에 충격을 줄 만한 매우 경쟁력 있는 가격에 공급할 것이라고 공언한 만큼 글로벌 비만약 약가 인하 압박은 한층 더 거세질 전망이다.

그렇다면 글로벌 시장을 강타한 이 약가 인하 러시가 한국 시장에도 직격탄을 날릴 수 있을까. 업계의 시각은 당장 드라마틱한 변동은 없을 것이라는 쪽으로 기울어 있다. 한국 노보노디스크제약은 이미 마운자로의 위협에 대비해 2025년 8월경 위고비 최저 용량 공급가를 선제적으로 최대 42% 낮춘 바 있다. 당시 인하된 0.25mg 기준 약 22만원이라는 금액은 미국 등 타 국가와 비교했을 때 이미 상당히 낮게 책정된 수준이기 때문이다.

결국 국내 약가의 향방을 결정지을 최대 변수는 국내 제약사들의 제네릭 개발 속도와 그에 따른 독점권 붕괴 시점이다. 당초 위고비의 국내 특허도 올해 만료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으나, 노보 노디스크가 치열한 방어전을 치러내며 2028년까지 독점권을 연장하는 데 성공했다.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의약품 가격이라는 것이 각국의 규제 환경과 건강보험 구조에 맞춰 독립적으로 산정되는 만큼 섣부른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다만 글로벌 빅파마들이 특허 만료와 복제약 등장 시점에 맞춰 선제적으로 가격을 후려치는 현 트렌드가 고착화된다면, 향후 국내 약가 협상 테이블에서도 환자들의 비용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유리한 기류가 형성될 여지는 충분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