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12월 2025

삼성바이오로직스 ‘뻥튀기 홍보’ 논란 속 차기 엑시노스도 내수용 전락 위기

삼성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바이오와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과거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역대 최대 수주’ 실적이 사실상 계열사 물량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으며, 야심 차게 준비 중인 차세대 모바일 프로세서(AP) ‘엑시노스 2600’은 수율 문제로 인해 국내 시장에만 제한적으로 공급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제기됐다.

역대 최대 수주의 실체는 ‘집안 잔치’… 커지는 내부거래 의존도

지난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해 10월 22일 발표했던 “창립 이래 역대 최대 규모”의 위탁생산(CMO) 계약 건이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와의 내부거래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회사는 계약 규모가 1조 7,000억 원에 달한다고 밝히며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문제는 발표 당시의 모호한 설명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고객사와 구체적인 제품명을 비공개로 부치면서 해당 고객을 단순히 “아시아 소재 제약사”라고만 지칭했다. 여기에 일본 도쿄에 세일즈 오피스를 개설하며 현지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까지 덧붙여지자, 증권가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다케다제약이나 다이이찌산쿄 같은 일본의 대형 글로벌 제약사 물량을 따낸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결과적으로 시장의 기대 심리를 자극했던 ‘대형 수주’의 실체는 내부 계열사 물량이었고,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사실상의 “과장 홍보”라며 쓴소리를 내뱉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고객사와의 정보 보호 조항에 따라 고객의 동의 없이는 관계사 여부와 상관없이 구체적인 사명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간의 내부거래 규모가 급격히 불어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양사 간 거래액은 2022년 1,481억 원에서 2023년 2,645억 원으로 78.6% 급증했으며, 올해인 2024년에는 전년 대비 84.3% 늘어난 4,876억 원에 이를 것으로 집계됐다. 외형 성장의 상당 부분이 내부 거래에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수율의 벽 못 넘은 엑시노스 2600, 퀄컴 그늘 못 벗어나나

삼성의 또 다른 핵심 축인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도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차세대 플래그십 칩셋인 ‘엑시노스 2600’이 저조한 수율 문제에 발목이 잡혀 글로벌 확장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디지타임스(DigiTimes)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삼성은 차기 엑시노스 칩셋의 수율 안정화에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해당 칩셋은 2026년 1월 공개 예정인 갤럭시 S26 시리즈 중에서도 최상위 모델인 ‘울트라’가 아닌 일반 및 플러스 모델에만 탑재될 가능성이 높으며, 출시 지역 또한 한국 시장으로 국한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는 퀄컴과의 계약 관계 및 소비자들의 뿌리 깊은 불신과도 맞물려 있다. 퀄컴 경영진은 최근 실적 발표 자리에서 “갤럭시 S26 라인업에 대해 75%의 점유율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혀 월가의 이목을 끌었다. 이는 사실상 삼성이 퀄컴 스냅드래곤에 대한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낮추기 어렵다는 것을 시사한다.

물론 기술적 진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엑시노스 2600은 삼성의 최신 2나노(nm) GAA 공정을 기반으로 제작되며, ‘히트 패스 블록(Heat Pass Block)’과 같은 발열 제어 기술을 도입해 성능 향상을 꾀하고 있다. 실제로 긱벤치 6(Geekbench 6) 테스트 결과, 최고 클럭 3.80GHz를 기록하며 싱글 코어 3,455점, 멀티 코어 11,621점이라는 준수한 점수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는 기존 3나노 공정 대비 성능과 면적 효율 면에서 개선된 수치다.

하지만 단순한 벤치마크 점수만으로 시장의 판도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과거 세대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붙던 성능 저하 이슈와 발열 논란을 해결했다고 주장하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수율 문제와 퀄컴과의 물량 계약은 엑시노스 2600을 ‘안방용 칩셋’으로 가두는 족쇄가 되고 있다. 바이오 부문의 신뢰성 논란과 반도체 부문의 기술적 난관이라는 이중고를 삼성이 어떻게 타개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