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2월 2026

노보 노디스크의 승부수 “아마존처럼 판다”… 대대적 혁신과 자사주 매입 동시 가동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의 신임 최고경영자(CEO) 마이크 두스트다르는 지난 9월, 글로벌 인력 9,000명 감원을 포함한 강도 높은 구조 조정 계획을 발표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는 비만 치료제 ‘위고비’로 시장을 개척했음에도 불구하고 급증하는 수요와 시장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것에 대한 뼈아픈 자성으로 풀이된다. 노보 노디스크는 조직 개편과 유통망 혁신, 그리고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라는 강력한 카드를 동시에 꺼내 들며 재도약을 위한 배수진을 쳤다.

‘소비자 중심’으로 체질 개선… 뼈 깎는 구조조정 단행

2021년 미국 시장에 위고비를 출시하며 비만 치료제 분야의 절대 강자로 떠올랐던 노보 노디스크는 2023년 유럽 증시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기대감에 힘입어 2024년 6월 주가는 한때 148.15달러까지 치솟았으나,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장기화된 공급 부족 사태로 인해 환자들은 복제약이나 대체 치료제로 이탈했고, 경쟁사들의 추격은 매서웠다. 그 결과 주가는 불과 1년 만에 60% 넘게 급락해 현재 56.57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에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해 6월부터 경영진 교체와 조직 쇄신에 착수했다. 2017년부터 회사를 이끌었던 라스 프루에르가드 요르겐센 CEO를 해임하고 이사진 7명을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다. 특히 전체 임직원의 약 11%에 해당하는 9,000명을 감원하겠다는 계획은 덴마크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해고로 기록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노보 노디스크의 패착으로 ‘수요 예측 실패’를 지목한다. 두스트다르 CEO 또한 위고비 수요를 기존 제품인 ‘삭센다’의 3배 수준으로 오판했던 점을 인정했다. 실제 수요는 이를 훨씬 상회했고, 생산 능력이 따라주지 못하는 사이 경쟁사 일라이 릴리가 ‘젭바운드’를 앞세워 시장을 잠식했다.

유통망 혁신과 신제품으로 반격… “아마존 같은 유연성 확보”

생산 능력을 확충한 노보 노디스크는 이제 판매 방식의 전면적인 개편에 나섰다. 핵심 전략은 중간 유통 단계를 줄이고 소비자가 더 쉽게 약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소비자 직판 채널(DTC)’ 확대다. 두스트다르 CEO는 “아마존처럼 고객이 기대하는 속도와 유연성에 부응해야 한다”며 소비자 접근성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구체적으로 회사는 코스트코, 월마트 등 대형 소매업체 내 약국을 통해 위고비와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의 판매를 시작했다. 데이브 무어 미국 사업부 총괄 부사장은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손쉽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딴 정부 운영 의약품 판매 사이트 ‘트럼프알엑스(TrumpRx)’를 통해 현금 결제 환자들에게 최근 FDA 승인을 받은 경구용(알약) 위고비를 판매할 계획이다. 이는 복용 편의성을 높인 신제품과 새로운 유통 경로를 결합하여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주가 부양을 위한 150억 크로네 규모 자사주 매입 가동

사업 운영의 대대적인 정비와 함께, 노보 노디스크는 주주 가치 제고와 주가 안정을 위한 금융 전략도 본격화했다. 회사는 지난 2026년 2월 4일, 유럽연합(EU)의 시장 남용 규제(MAR) 및 안전 피난처 규칙(Safe Harbour Rules)에 의거하여 향후 12개월간 최대 150억 덴마크크로네(DKK) 규모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개시한다고 공시했다.

이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2026년 2월 4일부터 5월 4일까지 1차로 38억 크로네 규모의 B주 매입이 진행된다. 실제로 지난 2월 9일부터 13일까지의 거래 내역을 살펴보면, 회사는 매일 20만 주의 B주를 꾸준히 매입했다. 평균 매입 단가는 300크로네 초반대로, 2월 13일 기준 프로그램 누적 매입 주식 수는 175만 주, 총거래액은 약 5억 3,380만 크로네에 달한다.

이번 자사주 매입과 인센티브 프로그램 관련 주식 이전을 포함하여 현재 노보 노디스크가 보유한 자사주(B주)는 총 1,913만 9,799주로, 이는 전체 자본금의 0.4%에 해당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노보 노디스크의 이러한 행보가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공격적인 시장 공략과 주가 방어를 동시에 달성하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과연 이 ‘제약 공룡’이 뼈를 깎는 혁신을 통해 다시금 왕좌를 탈환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